생활 속 재활의학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질병과 사고에 노출되는데, 최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뇌졸중(중풍)과 치매 등 뇌 질환은 매우 흔하게 접하는 질환이 되었다. 만약에 어제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듣던 단어나 말들이 갑자기 생전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이해가 안 된다거나, 아무리 의사표현을 하려고 애써도 입 밖으로 튀어 나오는 말이 겨우 ‘어…어…아휴…어…그게…’ 정도 밖에 안 나온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기가 막힐까?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가장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게 된 것은 손으로 도구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고, 언어를 이용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지식을 교류하고 전파할 수 있게 된 것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언어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가장 차별화된 능력이다. 그러니 병이나 사고로 언어 능력을 잃게 되면 그야 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어능력은 타고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왼쪽 뇌에서 그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 언어발달은 태어난 후 부모 형제, 그리고 주변 환경을 통한 자극과 교육, 학습 등의 영향으로 ‘엄마’ ‘맘마’ 수준의 간단한 단어 사용부터 점차 높은 수준의 언어사용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뇌혈관이 막히는 뇌 경색,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흔히 이 두 질환을 합쳐 ‘뇌졸중’이라고 일컬음), 그리고 외상 등으로 뇌 손상을 받게 되면 언어기능에 후천적인 손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실어증(失語症, aphasia)’이라고 한다. 주로 언어를 담당하는 왼쪽 뇌에 손상이 생겨 발생하는데 뇌졸중 환자에서는 약 25%의 환자에게 심각한 언어장애를 남기게 된다.
왼쪽 뇌 영역 중에서도 말의 이해에 중요한 옆 뇌의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과 말을 표현하는데 주로 관여하는 앞 뇌의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을 중심으로 어디에 어느 정도 손상이 왔는지에 따라 다양한 실어증의 양상을 보인다. 아주 심한 실어증의 경우, 말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모두 상실하기도 하며 경미한 경우에는 단어만 잘 떠올리지 못하거나 ‘따라 말하기’에서만 언어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실어증이 발생하면 일부에서는 치료를 안 해도 완전 회복을 보이거나 많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심한 의사소통 장애를 남기게 된다. 그러므로 뇌 질환이나 뇌 외상 후 실어증이 동반되었는지 발병 초기에 전문화된 평가를 시행하여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실어증으로 진단되면 초기부터 언어치료를 시작하고, 언어치료의 강도도 높여서 꾸준히 치료해야 실어증이 더 많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실어증 발병 후 3-6개월 정도가 지나면 언어기능의 회복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는 견해가 많았다. 그렇지만 최근 많은 연구를 통해 실어증이 생긴 후 몇 년이 경과해도 실어증은 계속 회복될 수 있으며, 만성 실어증 환자에서도 집중적인 언어치료를 받으면 뇌의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하여 언어기능과 의사소통능력이 호전 되는 것이 알려졌다. 언어치료 외에도 약물요법이나 뇌 자극요법 등도 보조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언어치료와 병행하면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실어증을 치료한 후에도 심한 언어장애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 그림카드나 컴퓨터 등을 이용한 보완적인 의사소통방법을 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실어증이 발생한 후 현재 상태, 재활치료 방법과 예후 등에 대해서 재활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음으로써 상세히 알 수 있다. 또한 실어증 환자들이 흔히 겪는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의 제약, 자신감과 존재감의 상실, 우울증, 보호자의 고충 등 여러 문제에 대해서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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