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509억원어치나 팔린 ‘시부트라민’ 성분이 들어간 살 빼는 약이 유럽·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판매 중단된다. 시부트라민 성분약은 심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비만이나 과체중 환자가 다이어트와 운동요법을 통해 체중을 감량할 수 없을 경우 체중 감량용으로 승인됐었다. 그러나 ‘심장병력이 있는 환자가 복용하면 심장마비·뇌졸중 위험이 증가한다’는 의문이 제기돼 국내외에서 안전성 논란을 불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시부트라민 성분약에 대해 국내 판매를 중단시키고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서는 자발적 회수를 권고한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리덕틸’ ‘슬리머’ ‘실크라민’ ‘엔비유’ 등 시중에 유통 중인 시부트라민 함유 56개 제품의 판매가 15일부터 전면 중단된다. 식약청은 13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위원 전원이 판매중지 의견을 내자 이 같이 결정했다.
식약청 의약품안전정보팀 김명정 과장은 “의사와 약사는 시부트라민의 처방과 조제를 중단하고 복용 중이던 환자는 복용을 중지하고 다른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전문의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조치는 8일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시부트라민 성분 약의 대표주자인 ‘리덕틸’(미국 상품명 ‘메리디아’)의 제조회사인 미국 애보트사에 시부트라민의 미국 내 자발적 시장 철수를 권고하고 회사가 이에 동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유럽의약품청(EMA)은 애보트사와 함께 2003∼2009년 시부트라민을 6년간 환자 4898명에게 투여했다. 그 결과 위약군(가짜약 4906명)을 복용한 그룹에 비해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 해당 기간에 추가로 발생한 비율이 16%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올해 1월 시판 중단을 권고했었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식약청과 FDA가 함께 허용한 비만치료약은 시부트라민·오르리스타트(상품명 ‘제니칼’)·향정신성 식욕억제약 등 세 종류뿐”이며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오르리스타트는 지방 음식을 즐기지 않는 비만 환자에겐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펜터민 등 향정신성 식욕억제약은 마약류의 일종으로 안전성이 의문시된다”며 “3개월 이내만 사용할 수 있어 장기 치료가 필요한 고도 비만 환자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리덕틸 등을 복용 중인 환자는 080-501-6472나 웹사이트 (www.abbott.co.kr)로 관련 내용을 문의할 수 있다.문제는 시부트라민 성분 약을 퇴출시키면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만한 마땅한 약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비만은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운동 등 생활요법→약→수술 등의 순서로 치료한다. 고도 비만 환자는 생활요법만으론 감량이 쉽지 않다. 따라서 부작용이 더 우려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약이나 위우회술 등 수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시부트라민=배고픔의 신호가 발생하는 중추신경계(뇌)에 직접 작용해 환자에게 포만감을 상승시켜 음식 섭취량을 줄여주는 비만 치료제 성분. ‘리덕틸’이 오리지널 약이고 2001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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